일

돌아봄1

여훈 2016. 12. 19. 00:38

  시를 안쓴지 한달 가까이 되간다. 일기라고는 몇 번 쓰고, 잠이 잘와 자기 바쁘다. 어렵게 받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자는 시늉을 하니 전역자들이 우르르 옷을 갈아입고 민간인의  풍취를 내며 빠져나간다. 아쉬움도 있다지만, 감출 필요 없는 환희가 입가로 드러났다. 그들의 세상은 애당초 바깥에 위치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 나도 따라 가고팠다. 이토록 밖을 쏘아본 것, 여태까지 없었지 싶다. 한분 한분 보내야 하는 의미를 알아간다. 바로 다음 달 떠나는 사람을 흘겨보니 찡해졌다.

  닫힌 커튼의 비좁은 입자를 헤메는 볕이 보였다. 매일, 길게는 매주 도는 생각이 단면에 색종이를 뒤집은듯 기분이 별로다. 딸래미 몇, 휴가, 그리고 근무에 대한 단편적 잡념들.. 열댓살, 학교 과학실 어귀에서 지나쳐 보던 이어진 구슬들이 좌우에서 때리고 지난다. 혹자는 군생활만 열심히 하랬던가.. 글쎄, 나를 봤을 때 어디 한 가닥 매달려보지 않던 습관 그대로 흘러가고 있지는 않은지....
  독이나 악을 뽑아내기 힘든 나로서 터무니 없는 근심일 수도 있다. 그런거 내다둔지 꽤 됐으니. 흔히 듣는 성공이니 돈이니 찾아 떠날 열정도 없고 정조류 마냥 응큼하게 살다 늙으련다.
무엇인가에 눈이 발게지고 가슴에 연소가 이는 내가 있던 기억은 있는데, 그게 없어 내가 멈추나? 그것은 또 아니라고 본다. 바다에 십년이고 백년이고 설탕을 던지고 후추를 친다고 짠맛이 어디가겠나.

  나는 죽어가는 길에 종착은 바다가 바다인 것을 받아들이는 세월이라 믿고싶다. 그저 배 잃지 말고, 좋은님 만나, 아들 딸도 얻어보고 늘어지게 같이 보내다 눕고 싶을 뿐이다.

14년 12월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