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정유년이 왔다. 낯이 익다했더니 닭의 해이다. 내가 계유년과 인연이 깊어서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자는 의도는 아니다. 아주 먼 옛날에 전쟁이 재발했던 역사가 있지만, 단지 어감이 복스러워 난 좋다. 허울 좋은 계획들을 세우거나 과한 꿈을 꾸기에 내가 나이가 들었거나 겁이 많아졌다. 단지 실상을 객관된 시선으로 보며 내일 하루를 다짐하는 것이 더 유익한 길이라는 결론과 친해지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애초에 또렷하지 않던 삶의 행로를 격하게 틀었고, 내일 모레 원서 접수와 함께 그 출발을 할 예정이다. 기피해왔던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이 신년 목표이고, 첫 단추는 지난 연말 필기시험 합격으로 잘 끼워뒀다. 1월과 2월초까지는 면접과 시험 공부로 바쁠 것이고, 틈틈히 연락이 닿는 옛 인연들과 합도 맞춰볼 생각이다.
먼저 떠오르는 몇 명을 짚어 보자면, 연말에 연락을 드렸던 고등학교 은사님-내 삶을 많이 깨우쳐주셨다- 과 먼 나라로 갑작스레 작년 여름, 유학을 간 씩씩한 친구와 결국에 만나려다 올해를 넘긴 늘 연애하랴 운동하랴 화끈한 내 술친구, 있다. 이번 해에는 조금 더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나고자 한다. 이제까지 마음이 서면 늘 다가가는 것을 즐겼다면 그 마음을 살짝만 진정시켜둘 것이다. 뭔가 집중해야 할 것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기도 하고, 그것에 더욱 열중하자는 내 바람이기도 하다. 그와중에도 늘 아쉬웠던 사랑 만큼은, 평범한 연애는 놓치지 않고 싶다. 나는 성인이 되고서야 그 부분이 너무 그립다. 하루라도 젊은 시절, 더 물고 뜯고 해보고 싶은 욕심이다.
벌써 너무도 자연스레 따지고 가리는 나를 보면 선뜻 감정을 베푼다는 일이 그리 간단치는 않을 것이지만, 노력해 볼 것이다. 표현에 서툰 사람은 아니었으면 하기 때문에... 스치지 않고 스미는 감정을 솔직하게 바래본다. 잠시만 나눠보면 그렇게 차가운 남자는 아닌데, 슬픈 일이다. 기회라는게 잦아서 기회로만 마무리되는 일이 날 아프게 한다.
손톱이 길다. 잘라야지 하면서도 계속 자라난다. 머리카락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난 인연도... 추억으로 길게 이어진다. 자유롭고자 하지는 않아야 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 안타깝지만 안되는 일들도 우리에게는 분명 있다. 그런 고립 또는 괴리가 내가 사는 참 재미라고 느껴질 때도 드물게 있다. 오늘은 손톱을 똑 끊어내고 자야겠다. 아침이면 더 자라난 사실을 알게될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