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친구가 추천해준 내부자들의 긴 버전을 봤다. 러닝타임이 50분 가량 길고 편집이 덜한, 친절하고 개연성이 좋은 영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개인적으로는 짧은 버전을 본지가 오래된 것도 있겠지만 특별히 추가되었다는 인상이 없을 정도로 지루한 부분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워낙 캐스팅이 화려하기도 했고 훌륭한 연출을 하고 있어서 괜찮은 대본 위에 출중한 연기들이 더해져 다시 보아도 새로운 작품처럼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몇 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작품은 단순하게 바라보면 권력의 카르텔을 주제로 한 권선징악의 스토리이지만, 나아가서는 권력의 속성이나 각 인물들의 개성과 묘사가 뛰어났던만큼 보다 풍부하게 각각의 내면을 조명해보는 재미가 있다. 더 이상 영화가 영화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많은 대..

지난 주말 올해 처음으로 영화관에 들렀다. 아카데미가 얼마전에 막을 내리기도했고 심심하여 겸사겸사 가보았다. 때마침 아카데미 특별전을 열고있어서 여러 선택지가 있었으나 그래도 한국인의 미나리를 선택했다. 집과 거리가 가까워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데 도착할즈음 갑자기 비가왔다; 비예보가 없었던 터라 당황했지만 나올때에는 다시 맑아져있을 것이라 낙관하며 입장했다. 마침 현금이 있어 커피 한캔 뽑아서 화장실을 들렀다 냉큼 들어갔다. 전당답게 비상업성 광고가 흘러나왔는데 개관 10주년을 축하한다는 영상들이 흘러나왔다. 겨우? 라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어쨌든 축하를 전하며.. 영화는 잔잔하고 담백했다. 이렇다 할 자극적인 장면도 없었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다. 매체에서는 뭔가 이민자에 삶에 초점을 맞추어 홍보를..

해야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일들은 인생에서 비교적 쉬운 일에 속한다는 말이 있다. 가령 시험이나 요금납부 같은.. 반대로 특정하기 어렵고 미루기 편한 것들 예를 들자면 사랑, 원한, 감사 같은 절대적인 마감시한이 없는 감정적 문제들에 있어서는 게을러지기 쉽고 끝내는 풀거나 전하지 못해 후회나 미련 혹은 아쉬움 따위의 미완의 형태로 남게된다. 한정된 시간에 살아가는 우리는 세월이 가는 것에 꽤나 민감하게 반응하곤한다. 아직은 무덤덤한 편이지만 언제나 이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학창시절 선생들이 부여하던 숙제들과는 이름은 같지만 체감상 사뭇 다르다. 비록 선택과 결정의 과정이 험난했지만 스스로 던진점이 큰 차이이지 않을까? 어쨌거나 보다 책임감 있게 풀어가야함을 안다..
흑백 테레비전이 보급되고 그리고 밀레니엄으로 넘어오기까지의 수많은 복서, 챔피언들. 선수마다 이야기가 없을 수 없지만 특히나 그 치열한 링 안에서 벨트라는 영광을 두른 행운아들의 이야기란, 익히 알려지고 멋스럽게 감싸진 탓도 있겠지만 그들의 자취를 돌아보면 '스토리 없는 챔피언은 없다' 라는 말이 굉장히 일리가 있다. 두 주먹을 휘두르며 서로를 쓰러뜨리는 권투가 헝그리라는 단어가 잘어울리는 것은 원초적인 그 행위. 손과 발에 하나씩 끼고 트렁크로 가운데만 가린채 벌어지는 그 룰에 지분이 제법 있어 보인다. 복싱. 나는 복싱체육관도 가본적이 없고 링은 구경조차 해보지 못했지만 사내로 태어나다보니 얼마의 동경은 늘 가지고 있던 세계였다. 그 옛날 록키와 타이슨, 메이웨더, 파퀴아오, 국내로는 박종팔, 홍수환..
골 치부로 뿌린 시는 골을 갉아갔다 그렇게 한참 피적대다 주저앉았다 쉬이 부어올랐고 쉬었다 일어섰다의 욕정이 골을 조각해갔다 긁혀나간 용골(龍骨)은 고집했다 곱게 마모된 골들이 서로를 부축했고 이내 뛰기 시작했다 ㅡ 질주로 알던 청개구리는 뛴 자리로 도약을 거듭했다 그 우월한 뒷다리의 탄성 또 재빠른 혓바닥의 식탐 늦잠을 자고야 새벽을 지켜볼 수 있었다 막힘없이 벌어진 골들이 보였다 피가 아닌 소금이 헤엄치며 발가락 끝에서 뒤꿈치로 고집어대는 운율이 자꾸 내딛게끔 했다 골을 메우던 틈이 무감각을 만나 피도 소금도 네 것이 아니었다 분 발린 똥풀만 띵그레 폈다 ㅡ2015 여름, 더럽게 지루했던 하루들이 쌓여. 정말 시를 못쓴다는 사실을 알게한 습작, 역설적이게도 책이라는 것에 처음 내 글이 옮겨진 순간.
지난 주말 후임 추천작 스카페이스(1983)를 맛지게 보고, 특별히 감상을 남겼다.(물론 여기 남긴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편 내지 두편의 영화를 영화관이든 집에서든 꼬박꼬박 볼까한다, 세상에 바쁘다는 핑계가 제일 모자라다고.. 집에서는 영화를 나눠보는 방식을 자주 택하고 있다. 집중력이 예전만 못한데, 눈이 금방 피로해져 못보고 있겠다. 이거 폰을 적당히 봐야겠다는 다짐을 일주일에 5번씩 하고 있는데.... 안된다; 다운받아둔지는 몇달이 되가는 색계를 틀었다. 이번엔 마음먹고, 앞에 10분만 이미 3번 정도 봤었던 영화에 집중했다ㅎ나는 극초반부가 칙칙하고 우울하고 정말 생각 이상으로 몰입이 안되서, 한 15분을 잘 넘겨야 했다. 과거로 장면이 지나며 상큼하게 집중도가 올라간다. 대학연극부에서 애국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