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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훈 2016. 12. 18. 22:02

  오십의 절반을 앞둔 때. 한 주에 거쳐 고뇌하던 엇갈림도 어느 정도 진정기를 맞았다. 공부냐 일이냐, 그간 이어진 유약한 고민. 복학을 했건만 몇 가지 새로운 시도 외에 사실상 학업을 놓은 나의 학교생활은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흔히 되뇌이던 순간에 충실한 삶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었다. 전과 같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그렇다고 확실히 선을 둔 감정 처리도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애매한 마음가짐으로 그들을 대했고 스스로는 방관했다. 여전히 나는 두려운게 거리낌이 많았고 나의 흐름을 찾지 못했던 것이 학교와 또다시 소원해진 이유일 것이다.

  나는 몇 일전 좋아했던 교양 교수의 전화를 받고서야 내가 얼마나 무책힘한 (복)학생 이었는지 뒤늦게 알았고 잠시 미안했다. 난 군에 있을 시절, 나란 남자를 객관화된 시선으로 처음 마주하며 얼마나 무지하고 시건방에 가득찬 인간이었는지를 알게되었다. 하지만 계급이 올라가며 마음과는 다르게 또 살아온 20년의 세월이, 나를 변화치 못하게 했다. 한달에 한번 꼴로 계획에 없던 교회를 드나들면서 목사선생이 했던 이야기도 바로 나같은 사람 들으라는 이야기였던 것을 상기하자면 그 귀한 시간이 미안스럽다. 무거운 것을 들고자 한다면 지렛대의 원리에 따라 깊숙이 숙일수록 유리하다는 것이 이쁜 섬의 목사가 역설하던 바였다. 성경에는 쥐뿔 흥미 없던 나였지만 그 한마디만은 아직 넉넉했던 수제비 만큼이나 위장까지 차있다.


  12월 말, 그리던 여행을 마치고 나는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항상 나몰라했던 신년 맹세를 이번 만큼은 그 어떤 것이든 지키려고 애쓸 것이다. 스스로 뱉은 말에 책임만 다한다면 그 인생 어떻더라도 부끄럽진 않겠다. 말 하나가 참 어려운게 우리의 실상이지만, 해서 뭐가 되겠다고 웃기지도 않은 계획 않으련다. 다만 한 번 한번을 귀한줄 알면서 젊어가겠다. 내가 5월 어느 날 했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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